와인한잔..가을날의 낭만  

동아일보 2002년 10월 8일 기획란 B23면

국내 포도주(와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내의 연간 포도주 소비량은 국민 1인당 0.3리터 안팎이다. 포도주 종주국이라는 프랑스 국민들이 연간 국민 1인당 60리터의 포도주를 마신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 그 양은 많지 않지만 성장 속도는 매년 20~30% 수준이다.
포도주가 이처럼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외환위기를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들기 시작한 2000년초. 당시 몸에 좋다는 "붉은 포도주(레드와인)열풍"도 한 몫을 했다. 국내 주류업계는 포도주 덕분에 프랑스인들의 심장병 사망률이 낮다는 "프렌치 패러독스"가 국내에서 "코리안 패러독스"로 이어진다며 미소를 감추지 못한다.

>>국내시장을 잡아라
당연히 시장을 잡기 위해 업체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두산은 지난달 6일 외국 포도주 110여종을 수입하던 대한 주류를 흡수 합병했다. 이어 같은 달 10일에는 15종의 포도주 신제품을 새로 내놓는 다고 발표했다. 두산 주류BG(Business Group) 관계자는 "외국산 주류인 국내 포도주 시장의 점유율을 35~4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칠성음료는 3월 주문자상표 부착생산(OEM)방식으로 송블루 까베르네-쇼비뇽(Cabernet-Sauvignon), 송블루 보르도(Bordeaux), 송블루 쎙떼-밀리옹(Saint-Emilion) 등 포도주 3종을 선보였다.
이들 제품은 프랑스 로다니엔, 지네스트사(社)가 만든 포도주에 롯데칠성의 브랜드 송블루를 부착한 제품.
롯데칠성은 롯데그룹의 유통망에 우선 공급한 뒤 앞으로 전국 모든 호텔 백화점 할인점 편의점 주류전문점 등에 포도주를 공급할 예정이다.

>>왜 이렇게 인기인가?
심장병을 줄인다는 레드 와인 열풍이 국내에 포도주 문화를 정착시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러 다른 이유로 포도주를 찾는다.
일본계 금융회사에 다니는 서주안씨(34.서울 강동구 성내동)는 "비즈니스 때문에" 포도주를 마신다고 말했다.
포도주의 원산지, 역사, 제조회사에 대한 얘기를 하다보면 공통주제를 나눈다는 느낌을 갖게된다. 또 수백 종의 포도주 중 선호하는 제품까지 비슷하다면 금상첨화.
포도주의 또 다른 장점은 편안한 술자리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포도주는 대개 소주 맥주 등과 달리 술잔을 돌리지 않는다. 1,2차로 이어지는 폭음(暴飮)문화는 포도주 앞에서 꼬리를 감췄다. 싼 가격도 중요하다. 일반 양주보다 훨씬 싼 1만~3만원으로 슈퍼마켓 편의점 어디서든지 수비게 구할 수 있다.
최근 2,3년 사이 크게 늘어난 포도주 동호회들도 국내 포도주 시장을 날로 확대시키고 있다.

>>다양해진 취향
포도주 마니아가 늘어난 만큼 프랑스산뿐 아니라 다양한 국가의 포도주들이 사랑을 받고 있다.
금양 야영 동화 등 국내 포도주 수입상들은 호텔 등 유통업체들과 함께 거의 모든 포도주 생산국의 제품을 들여오고 있다.
웨스턴조선호텔은 이달 12일까지 이탈리아 포도주 축제를 열고 있다.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도 이달 말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축제"를 열었다. 두산 주류 BG 와인팀 신승준 부장은 "이미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은 포도주를 잘 아는 세계 어떤 국가 소비자만큼이나 까다롭고 섬세하다"며 "소비자들의 입맛이 발전할수록 국내 포도주 산업과 시장도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